Call us now:
2017년 12월 이직한 후 두번째 직장에서 신입사원 연수를 신나게 보내면서 비트코인 폭등기를 맞이했다. 돈의 소중함을 몰랐던 시절, 전직장에서 모아두었던 돈을 비트코인에 태웠다. 말 그대로 그냥 “돈을 태웠다”.
그 시절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행위는 투자가 아니라 게임에 가까웠으며, 크리티컬하게 많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돈을 게임비로 탕진했다.
친구 한명이 담배를 태우는 2분 남짓 동안 잡코인의 급격한 매도세를 못이겨 담배와 같이 돈을 태워버리면 30만원짜리 담배를 피고 왔냐며 놀리고, 아래와 같이 각종 짤들을 공유하며 소중한 돈을 싸구려 웃음과 교환하며 탕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돈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 당연히 돈은 머무르지 않고 빠르게 빠져나갔던 것이다.
일반화 할 수 없지만, 나에게 사회초년생 시기는 ‘권태로워하는 고학번 대학생’에서 ‘현실에 치여 사는 직장인’ 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던 것 같다.
젊은 에너지와 직장인의 돈이 교집합으로 겹치며 특유의 호기로움 혹은 일종의 허세를 만들어내는 시기였다.
그 호기로움은 보통 퇴근 후 비슷한 부류의 사회초년생 친구들과 잦은 술자리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이어졌다. 지금은 한두개 있을까 한 송년회 또한 그 시절에는 5개 ~ 6개 정도 있었던 것 같다.
17년 여러 송년회 중 하나의 송년회에서 친한 친구들과 구석 4인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며 어김없이 비트코인 이야기가 나왔다.
유유상종이라 했던가, 다들 비슷한 느낌으로 비트코인으로 투자가 아닌 게임비를 탕진하고 있었던 것 같다. 적당히 술기운이 올라오고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다. 지금 일정 금액으로 비트코인을 산 뒤 절대 팔지 말고 1년 뒤 그 돈으로 내년 송년회를 보내자는 아이디어였다.
술취한 사회초년생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놀이였던 탓에 모(양주파티) 아니면 도(소주에 새우깡)로 내년을 기약해보자며 비트코인 도원결의를 한 뒤 각자 비트코인을 사서 인증했다. 기억 상으로 당시 송년회때 매수한 비트코인 평균단가는 2천만원이었던 것 같다.
그 후 결론은 아래 비트코인 차트로 대체 가능하다. 2017년 ~ 18년 겨울 시즌 비트코인 열차는 최고점을 향해 폭주한 뒤 낙하산 없이 추락하였다. 호기로웠던 송년회 베팅은 2개월이 채 가기도 전에 두려움에 벌벌 떠는 여느 개미처럼 하나둘 순차적으로 손절하며 막을 내렸다.
그렇게 난 비트코인 개념, 원리, 반감기 라는 단어 조차 알지 못한 채 소득 없이 돈만 태웠고, 2018년 비트코인은 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17년 호기로웠던 사회초년생 시절을 지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2024년 적당히 찌든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되었다.
인생의 중대사인 결혼을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해 주 100시간이 넘게 피눈물 나는 직장생활을 경험하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생각, 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을 하며 주식, 부동산 등 투자에 대한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그 사이 비트코인은 미국 ETF 승인, 4차 반감기 등으로 시세가 상승하며 다시 세상으로 등장하였다.(일반투자자들의 세상 기준, 23년 말~ 24년 초)
2017년 아무 소득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비트코인을 오락삼아 경험해본 덕분에 업비트, 케이뱅크에 계좌는 남아있었고, 비트코인을 투자한적 없는 사람들에 비해 접근성 측면에서 앞서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나에게 다가온 비트코인을 마주하며 비트코인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자 결심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오락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비트코인에 제대로 발을 들이게 되었다.
과거 17년의 값비쌌던 게임비가 훗날 내 인생 최고의 투자금이 될 날을 고대해보며 앞으로 비트코인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며 비트코인 투자 과정, 투자하며 깨달은 바 등을 투자일기로 기록할 작정이다.